갑작스런 질문에..
(솔직히 이런 질문은 먼저 뭔가 발견했을때 사용하는 가장 뻔한 질문이다.)
정답은. 역시 밥 딜런.
약기운에 정신이 아리송송한 이 저녁에
MBC PD 수첩에서 아파트 분양하는 건설사가 부도를 내면서
무려 90%에 달하는 사람들이 돈도 날리고 인생도 날리는
뭇시뭇시한 광경에 살짝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역시 전세를 사는 것이 진리로다! 를 속으로 외치며
내일부터 시작될 긴긴 여정을 준비할 겸
컴퓨터 앞에 앉아서 USB 메모리에 MP3를 옮겨 담는데
나름대로 밥 딜런 전반기 - 현재까지 밥 딜런의 앨범은 총 62장으로
전반기라 함은 1985년 이전까지의 - 29장 중에서 50여곡 넘게
애창곡을 뽑았는데..
아직도 가사를 거의 100%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 부산의 대연역, 대연3동 못골시장 귀퉁이 2층에 커피숍이 있었다.
내외부가 모두 흰색으로 칠해진 커피숍과 호프집 중간쯤 어슬프게 포지셔닝한
그냥 단촐한 커피숍에서 5,000원짜리 핑크색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
교회 사람 누구라도 혹시 날 알아볼까 몰래 창 밖을 힐끗힐끗 보면서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딜런의 가사를 몽땅 갈색 노트에 받아적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노트를 제주도 DTS에도 가지고 갔었다.
어쩌면 발끈했을때 살짝 말을 꼬면서, 돌려서, 혹은 비꼬면서 말하는 습관이
이런 언어 습득에서 온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하지만, 밥 딜런과 보낸 20대는
전혀 어둠지도 힘들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아아.. 여기서 잠깐 생각나는 건..
커피숍의 마담이라는 사람이 내가 단골이 되자 어느 순간 추근덕거리는 시늉을
몇 번 했었는데, 과정 상의 개선이 없자 단숨에 포기하고 친구들과 전화 수다에
전념했다는 것..
99년부터 기타를 쳤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곡 하나를 마스터링 하지 못하는
웃긴 습관도 돌아보면 나의 수준이 그저 밥 딜런의 코드 4개,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여튼 다음달 노인장 돌아가시기 전에 한국 오신다니 꼭 한번 뵈어야겠다.
결국, 오늘의 3줄 요약.
- 나는 20대의 시간 대부분을 밥 딜런을 들으며 보냈다.
- 밥 딜런의 영향력은 긍정적이었다.
- 17일 점심부터 예매한다는데 2장 달려야겠다.
9시쯤 일어나서 잠깐 이것저것 둘러보고 이를 닦곤
깜빡 다시 잠이 들었는데
다시 일어났을 때는 벌써 오후 2시.
속이 별로 좋지 않던 차에
과일과 몇 가지 잡다하게 주워먹고
거실 바닥에서 다시 잠든 것 같다.
++
아주 오랜만에 싸이월드를 접속했더니
몇 가지 새로운 소식이 있는데..
지난주 결혼한 병철형이 2월말 필리핀으로
선교사 파송을 받는 것
벌써 소리 소문없이 애기 아빠가 된
몇몇 주변 사람들 등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나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
벌써 대학원의 두번째 쿼터가 끝났다.
Human Resource
Management Accounting
International Maketing Management
Economics for Executives
International Operations Management
Negotiation Strategy
여기에서 경제학과 오퍼레이션 수업을 드랍했고
21일까지 business project proposal를 제출해야 한다.
새삼 느끼지만 뭔가 걸어두기만 하면 결국은 돌아간다.
베르세르크에서 말하는 인과율(因果律)이 이런 것일까?
마냥 쉽지는 않지만 그닥 고통스럽지는 않은 시스템 속에서
30대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