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다. 그 점에서는 아마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한편에는
매킨토시 지지자들이 있고, 다른 편에는 MS-DOS로 운용되는 PC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매킨토시(이하에서는 맥으로 줄여 부르기로 한다)는 가톨릭이고 도스는 프로테스탄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고 어리둥절해 할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더 풀어서 이야기해 보겠다.
맥은 예수회의 <연구 방법ratio studiorum>이 깃들여 있는 반개혁적인 가톨릭이다. 맥은 까다롭지 않고
사근사근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신자가 따라야 할 절차를 차례차례 알려줌으로써 신자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하늘의 왕국, 아니 문서 인쇄라는 마지막 순간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가톨릭의 교리 문답이
그러하듯이 계시의 핵심이 간결하고 알기 쉬운 표현으로, 그리고 화려한 아이콘으로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래서 지시하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누구나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에 반해서 도스는 프로테스탄트, 더 정확히 말해서 칼뱅파 프로테스탄트이다. 즉 성서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고민스러운 판단을 요구하고 세심한 해독을 강제하며, 누구나 다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일깨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일련의 개인적인 해석 행위가 없으면 컴퓨터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없다. 사용자는 쾌남아들의 자유 분방한 공동체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자기 내면의 강박 관념에 갇힌다.